로그인 회원가입

바게트와 사랑(가정의 달)

기사입력 2023.05.26 10:04 조회수 1,005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우리의 '사랑'이 어디에 숨어있는 지 찾아보셔요. 꼭꼭 숨어있는지, 내 곁에서 찾아주길 기다리는 건 아닌지...

가정의 달에 소중한 우리 사랑을 모두께 드립니다.

 

바게뜨 사진.jpg

           (송현동 프랑도르 빵집)

 

‘서방없는 년은 우째 사노?’

“뭔 말이래?”

들릴 듯 말 듯 혼자 한 말을 들었는지 함께 집으로 가던 막내딸이 묻는다.

“응, 그건 말이야, ‘사랑해요’라는 뜻이란다.”

“무슨 사랑한다는 말이 그래?”

 

사회 초년생답게 호기심이 많다.

 

나는 잠시 어린시절로 돌아가 본다.

시골에 전기가 들어온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때에, 옆집에 형광등 불이 안들어온다. 할아버지께서 의자 위에 올라가 형광등을 갈아끼우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계시던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 아니면 누구도 못해줄 것같다고 여기셨던지 할아버지 뒤에다 대고, 저런 말씀하셨던 것을 우연히 들은 기억이 나서 웃으며 혼자 말로 한 것을 딸이 들었나 보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 그말이 “영감, 고마워요. 사랑해요~. 우리 영감 최고! ”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런저런 해설에 딸도 이해하겠다는 듯 고객를 끄득인다.

“근데 아빠 손에 든 그 바게트는 뭐야?”

 

 

“응, 엄마주려고 요앞 빵집에서 산거야. 알다시피 엄마가 바게트 킬러잖아.”

그러면서 은근히 입이 근질거려, “아빠의 바게트 이야기 들어 볼래?”

“그래, 좋아! 바게트에도 무슨 스토리가 있는 모양이지?...”

 

 

“있고말고! 어제 저녁에 엄마하고 아빠, 그리고 이웃에 사는 친구분들 함께 저녁 먹고, 소주 한 잔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가 ”바게트 하나 사갈까?“ 하면서 빵가게로 들어가더니 이내 빈손으로 나오면서 "다 떨어졌다네.."하더구나. 아빠가 그 생각이 나서 하나 샀지. 엄마를 위하여~!” “어때? 이 정도면 감동적이지?”

 

 

“헐~! 요즘 엄마 아빠 사이 좋네. 근데... 감동적이라고까지는....”

“하하. 그런가? 근데 이 바게트 되게 비싸더라. 4500원 줬어.”

“4500원? 에이, 그래도 엄마를 위해 산건데 그 정도야...”

“그래, 맞아.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말야, 아까 아빠가 이야기하던 옆집 할머니 이야기 생각나?”

 

 

“고름고름~. 서방없는 X는 우째 사노?...ㅋㅋ”

“맞아, 똑똑이 우리막내! 이제 집 다와가니까 가는 길에 바게트 이야기 좀 더 해볼게.”

“기대되네...”

 

 

“빵가게에 가니깐, 바게트 빵 옆에 아빠가 좋아하는데 다른 가게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호밀식빵이 금방 나와서 먹음직스럽게 있는 거야. 가격도 착한가격, 3500원. 잠시 고민을 했지. 아빠는 바게트를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말야. 가격도 더 비싸고.

근데 말이지, 생각해보니까 엄마를 위해서 바게트를 사러 온거잖아. 바게트값 4500원을 결제하면서 생각했어. ‘이 빵의 가격 속에는 바게트 빵의 값만이 아닌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가격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 호밀식빵 보다 비싼 게 당연하지...’하는 생각”

 

 

“호오! 그래서?”

딸의 경청과 추임새가 보태져서 내 목소리는 더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가 살다보면 부닥치는 수많은 일들 중에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들도 많다고 생각해. 그 중 하나가 ‘사랑’이라는 거지.

사랑이란 남녀간, 부부간, 부모자식간, 이웃간... 종류도 많지만, 그 가치가 무한하다는 것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달에는 행사가 참 많지. 지나갔지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내일모레 부부의 날 등등.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날들이 부담스런 경우도 있고 그래서 돈이나 선물로 떼우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든 그 “선물” 속에다가 “사랑”을 듬뿍 넣어서 준다면 받는 사람도 분명 아주 행복해 할거야.

 

생각해보니 이 바게트가 엄마를 더 사랑하게 만들었네. 바게트야, 고마워~“

그러면서 딸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근데...우리는 말야... 내년부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서로 퉁치는거 어때?”

 

“하하하! 그렇게 하는 것도 사랑인가? 아바마마 뜻대로 하옵소서~!”

“집에 다 왔네. 딸, 고마워, 잘 들어줘서”

 

[신해룡 기자 shr1201@naver.com]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저작권자ⓒ든들마을뉴스 & www.ddnews.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4
  •  
  • 혜원
    • 한 편의 책을 본 듯한 느낌이네요~ 가정의 달을 맞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신해룡님의 댓글신해룡
    •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셔요~
  •  
  • 지원
    • 미소 지으며 읽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