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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작은 에피소드)

기사입력 2023.10.30 21:57 조회수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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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행복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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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송현동 월촌역 부근에 있는 공인중개사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도록 도움을 주는 지도교수로 일하고 있다.

18년간의 해외(중국)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원장님과 함께 하는 일이다.

 

그저께 28일, 2023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1,2차 동시)이 치루어지고, 우리학원에서 공부한 많은 학생들이 응시를 하였는데, 요즘은 당일 저녁이면 답안이 공개되다보니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자신의 당락을 알게되고, 당락여부에 관계없이 한 해 동안 고생한 회포를 푸느라 삼삼오오 모여서 한잔 한다.

우리도 그랬다. 원장님과 나는 한 해 동안 비교적 친하게 지낸 수강생 몇 사람과 같이 한 잔, 또 한 잔, 그러면서 그들의 무용담(?)도 들어주고, 아직 채점은 안해봤지만 시험이 어려웠다고 자신감 없어하는 친구에겐 위로와 용기를 주며 그렇게 자리가 무르익었다.

원장님이 1차를 계산하니깐 나머지 학생들이 2차를 사겠다고 함께 가자고 난리다. 중간중간 시험결과를 통보해오는 학생들의 연락을 받느라 원장님은 연신 자리를 뜨곤 한다. 기대대로 합격자가 많다. 모두들 열공할 때 알아봤다. 올해 우리학원 합격률이 역대급이 될 것이라고.

모두들 기분이 up되어 2차를 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어젯밤 3차 가는 걸 보고 일 있다며 먼저 온 탓에 엄청 술 취해있던 원장님이 집에는 잘 갔는지 걱정되어 일단 메시지를 보냈다. 두 시간이 지나도록 답이 없다. 아직 자겠지... 생각하면서 주일 예배 갔다가 나오면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하면서 낯선 음성이 들려온다. “어? 원장님 휴대폰 아니예요?”“제가 휴대폰을 주웠는데 주인에게 돌려줄 방법이 없어 연락오기를 기다렸습니다.”‘아이쿠야! 이를 어째?’ 일단 빨리 휴대폰부터 찾고 봐야하니, 상대방 집근처인 월배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어디서 주우셨어요?”“예, 월배시장 부근 길에서 주웠습니다.”

“제가 저희 원장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연락처 좀 주셔요. 약소하게라도 사례하도록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고 뭘 그런 걸 가지고... 휴대폰에 든 것(케이스 속에 든 물건들 : 열어보니 신분증, 은행카드 등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꽂혀있다)은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하길래 휴대폰과 함께 억지로 전화번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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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케이스에 이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있다.)

 

여러번 감사를 드리고 학원으로 오면서 ‘원장님과는 어떻게 연락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원장님 사는 빌라로 가서 바깥문 입구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세 번을 눌렀지만 답이 없다. ‘이젠 어쩌지?...’ 어제 저녁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했다. 모두 아는 게 없다네. 하긴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 된건지 알 리 없지... 휴대폰도 잃어버릴 정도면 만취 했을거고 혹시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닌지 걱정되지만 어떻게 알아볼 데가 없다.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하나? 일단은 학원에 가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걸어서 5분 거리이니 금방이지만, 일요일인 탓에 바깥 출입문이 잠겨 있어서 우여곡절 끝에 열고 학원으로 들어가서 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집에 가보자 하고 다시 갔다. 이번에도 없으면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초인종을 눌러도 역시 답이 없다. 또 눌렀다. 그래도 답이 없다. 또 눌렀다. 그런데... 이번엔 바다깊이 드리운 낚시대에 신호가 오듯 뭔가 신호가 오는 느낌이다. 그러나 답은 없다. 또 다시 눌렀다. 잠시 후...

잠옷 차림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앗! 원장님이다. 나를 보더니 놀란다. 애들이 초인종 누르며 장난치는 줄 알고 혼내주러 내려왔다나... 어이상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근처에 휴대폰 가게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왜요, 원장님?”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다시 사야겠는데...” “그래요? 허허, 그것참 큰일이네.” 하면서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런데 그 폰이 왜 내 뒷주머니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네. 하하...”하면서 휴대폰을 건넸다. 어떻게 찾았냐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나에게 그러지 마시고, 폰을 찾아준 분께 감사를 표하라면서 습득하신 분의 연락처도 함께 건넸다.

 

지금 책상에 앉아 글을 쓰면서 생각해본다. 나는 함께 일하는 원장님과 같은 송현동에 살지만 집 위치만 알았지 실제 가본 적은 없다. 휴대폰으로 연락이 안되고 집에도 없으면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었을까? 이런 일이 원장님과 나만의 일일까?

지금 이글을 읽는 당신은 주변에 친한 사람이 휴대폰을 받지 않을 때 어떤 방법으로 찾을 수 있을 지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어쩌면 폰에 저장된 번호를 기억조차 못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부터 반성한다.

우리 “함께” 살아가자!

서로를 좀 더 알도록 노력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좀 더 잘 들어주고,

서로에게 좀 더 관심을 갖자.

사실... 우리 모두 외롭다.

그러나, 외로운 삶보다 “함께”하는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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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으면서 느끼고 가지게 된 소중한 마음을 당장 실천할 것을 다짐해본다. 

[신해룡 기자 shr1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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